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오이가 눈에 거슬려 해치울 방법을 찾던 중, 예전에 경기도미술관 <창창인생>에서 선물로 받은(꽤 오래전 일이다) 소면이 눈에 띠어 비빔국수를 만들어 보았다.
어머니께서 (또) 보내주신 '만능 양념장'이란 것이 냉장고에서 썩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활용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국수를 삶고 오이를 썰려고 봤더니, 오이가 물컹물컹한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영문을 몰랐지만 오이는 오이겠거니 하고 나름 채 모양으로 썰어서 양념장과 함께 비볐다.
결과는 실패.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 '만능 양념장'이라는게 맛이 없었다. 어머니께 죄송하지만...뭔가 밍밍하고 맵진 않고 고추가루 냄새 같은게 약간 나서, 양념장을 살짝 맛을 봤더니, 매콤하지도 달달하지도 시큼하지도 않았다. 음. 만능 양념장이란게 그냥 넣어서는 안되는 것인가보다. 기본 재료는 다 들어가있겠지만--추측컨대 고추가루와 마늘, 생강, 간장 등등이 들어가있다--간 자체는 심심했다. 그러니까 다대기라고 하나? 그런 종류의 장이었던 것 같다.
둘, 물러진 오이는 먹는게 아닌 것 같다. 찾아보니 채소는 살짝이라도 얼면 안되는 것 같은데, 냉장고 야채실 중에서도 아래 칸이 냉동실과 맞닿아 있어서 오이가 얼었었나보다. 살짝 녹으면서 물렁물렁해진 것이다. 거기다 오이 냄새가 비릿하게 나는게 먹을 게 못되었다.
아점은 이렇게 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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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다시 시도.
그래도 조금 멀쩡한 것처럼 보이는 오이를 썰고, 양념장에 미닛메이드에서 나온 벌꿀배 주스를 넣었다. 그랬더니 조금 낫다. 하지만 역시 시중에서 파는 매콤하고 달달한 맛은 나지 않았다. 역시 간장과 설탕을 어느정도는 첨가해야 하나보다.
아참, 역시 조금 물러진 오이도 마찬가지로 쓰레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