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1일 금요일

아침

아침을 만들어 먹는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막 일어나서 배고프다고 신호를 보내면서도 채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되지 않은 내 몸을 위해 적당한 무언가를 만든다. 최대한 간단한 절차는 기본이지만 한편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기본 열량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어떤 맛은 필요하다. 그 맛은 과하면 부담스럽다. 하지만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먹을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좋은 아침은 간단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맛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한 영양분과 함께 선사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건 아닌 것 같다. 오늘 아침엔 식빵을 굽고 계란을 후라이한 것을 올렸다. 그리고 토마토와 양파, 상추를 배합한 샐러드를 곁들였다. 드레싱은 감귤주스와 올리브오일, 마요네즈, 아몬드, 후추를 넣고 막 섞었다. 1분만에 만든 드레싱 치곤 꽤 훌륭하다. 10분만에 먹는 음식이지만 부족하단 느낌은 아직 없다.

이전까진 그런 기쁨을 알지 못했다. 귀찮아서 그냥 하던 일을 하거나 하릴없이 인터넷따윌 서핑하다가 점심에서 저녁으로 넘어갈 무렵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허기가 질 때 중국집 같은 배달음식을 시켜먹곤 했다. 맛이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하지만 맛을 느낄 사이도 없이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리곤 부른 배를 부등켜 안고 다시 하던 일을 재개하거나 스륵 잠이 들었다.

아침을 먹어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졌을 때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특히 실망했을 때 그랬다. 흐릿하게 롤모델이 되어준 건 아무래도 정윤이다. 내 머리속에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 맛있게 먹었던 아침을 떠올리며 그걸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걸 체험해 본 후 이런 세계는 꽤 풍요롭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아침을 먹을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한 내 상황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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