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 음식은 품이 많이 안 들면서 맛과 영양이 있어야 하고 값도 싸야 한다. 자취생에게 이것저것 재료를 많이 써서 그럴싸하게 먹는 방식의 만찬은 할 수 있다고 해도 무용지물이다. 솔직히 허세용일뿐더러, 설거지 감이 늘어서 부엌만 엉망이 된다. 그래서 자취생 음식은 한 접시에 담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이것저것 꺼내야만 하는 순간 자취생(=나)은 모든 것을 썩히게 될 것이다.
자취생으로서 자신 있는 음식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다. 여기서 자신 있다는 건 남들 먹여도 괜찮을 레벨을 뜻한다. 나로선 3가지 정도 생긴 듯.
1) 볶음밥
볶음밥을 의외로 잘하긴 힘들다. 하지만 나는 터득했다. 이젠 재료를 태워먹지 않으면서 적절히 꼬들고들한 식감의 볶음밥 만들기가 가능하다.
2) 카레
오뚜기 분말카레 덕분인지, 몇 번 해보니 쉽고 간단하면서 맛있는 카레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자취생 필수 음식이랄까. 후훗. 불과 얼마 전까지 카레는 고급음식이라고 생각했던 나여서 왠지 뿌듯하다. 카레는 고기를 넣는 것과 안 넣는 것의 맛 차이가 하늘땅 차이인 것 같다. 필수! 그리고 계란 후라이와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3) 스파게티
스파게티를 아주 잘 만들긴 힘들겠지만, 대략 흉내를 내서 대접할 정돈 실력을 키웠다. 라면 대신 스파게티를 먹자고 마음 먹고 스파게티 수련에 힘쓴 결과다. 지금까지 해본 스파게티는 토마토, 마늘, 까르보나라, 크림, 봉골레 정도다. 집에서 먹으면 많이 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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